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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
'문학동네 시인선' 32권. 2008년 '젊은 시의 언어적 감수성과 현실적 확산 능력을 함께 갖췄다'는 평을 받으며 「실천문학」으로 등단한 박준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. 시인은 당시 한 인터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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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준 시집 /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
<문학동네시인선> 시집 추천 두 번째 리뷰는 박준 시인의 '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'이다.

이 시집은 제목이 너무 예뻐서 구입한 시집인데, 그리워하는 사람이나 혹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계속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졌다고 해야 하나? 그런 느낌을 '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'라고 표현한 게 마음에 들어서 안의 내용은 보지도 않고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.
*0

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.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.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. 만나면 몇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.
2012년 12월
박준
역시나 처음 시작은 시인의 말로
저번 포스팅했던 이현호 시인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시인의 말이 너무 좋았다. 보통 나는 시인의 말을 보면서 시인이나 시의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하는데, 이 시인의 말은 누군가를 위해 꽤나 열심히 살아왔을, 그리고 꽤나 그리워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어딘가 모르게 박준 시인은 말을 따뜻하게 하는 시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.
*1

'하지만 작은 눈에서
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
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'
*02

'지는 해를 따라서 돌아가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'
*3

'덕분에 너의 음악을 받아 적은 내 일기들은 작은 창의 불빛으로도 잘 자랐지만 사실 그때부터 나의 사랑은 죄였습니다'
*4

'아버지는 죽어서 밤이 되었을 것이다'
*5

'별 밝은 날
너에게 건네던 말보다
별 지는 날
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
더 오래 빛난다'
*6


'놀이터에 봄이 와도 너는 오지 않았으니 나는 풀어놓은 아픈 말들을 한데 몰아 노트에 적는 놀이를 시작했다'
'결국 무엇을 묻어둔다는 것은 시차를 만드는 일이었고 시차는 그곳에 먼저 가 있는 혼자가 스스로의 눈빛을 아프게 기다리는 일이었으니까요'
*7

'소리 없이 죽을 수는 있어도
소리 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
문득 우리가 만난 고요를 두려워한다'
*8

'수많은 별들이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별보다 많은 눈동자들이 어두운 방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¨'
전체적으로 이 시집은 박준 시인의 '미인처럼 잠드는 봄날'의 한 문장을 인용하여,
'어제는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했다'
박준 시인이 누구를 생각하든, 어떤 걸 그리워하든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도 깊은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냈고,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었다. 내 표현력의 한계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박준 시인이 너무 다정하게 표현한 것 같아 정말 문장 그대로 끌어안고, 기억하고 싶은 시들이 너무 많았다.
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너무 길어질까 봐 하나하나 다 말하지는 못했지만 좋아했던 문장들을 다시 찾아보면서 또 한 번 어루만져진 기분이었다. 이 포스팅을 보고 있을 누군가 역시 짧게 올린 시와 문장들을 보면서 어딘가 뭉클했다면 한 번쯤 구매해서 읽어보면 언제가 됐든 그 시간을 꽤나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 것 같고, 또 그랬으면 좋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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