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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집 추천, 시집 리뷰 : 문학동네시인선#55. 이현호 : 라이터 좀 빌립시다

by 패캠티스 2021. 3. 26.

https://book.naver.com/bookdb/book_detail.nhn?bid=7719087

 

라이터 좀 빌립시다

'문학동네 시인선' 55권. 2007년 「현대시」로 데뷔한 뒤 활발한 시작 활동을 보여온 이현호 시인의 첫 시집. '라이터 좀 빌립시다'라는 제목을 중심으로 총 5부로 나눈 뒤 때론 불 켠 라이터처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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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현호 시집 / 라이터 좀 빌립시다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시를 읽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그 오묘한 매력을 알게 된 후 줄 곧 틈이 날 때마다 서점에서 시집을 구매했다. 

 

서점의 시집 코너로 가면 베스트셀러 시집, SNS에서 유명한 시인들의 시 모음집 등 정말 여러 가지의 시집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내 눈에 띈 건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의, 그러나 단순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 <문학동네시인선> 이었다.

 

 

 

<문학동네시인선>에서 가장 먼저 읽어본 시집은 이현호 시인의 '라이터 좀 빌립시다'였다.

 

 

 

 

 

이 책은 내가 심적으로 많이 우울해했을때 쉽게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던 시기에 만나게 되었다. 우연히 '라이터 좀 빌립시다'라는 제목에 눈길이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읽었었는데, 처음 시작하는 시인의 말부터 울컥하는 감정이 느껴졌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*0

이 생은 전생의 숙취 같다.

술 취한 고아들은  잘 자고 있을까.

홀로인 사람에게선 때 이른 낙엽 냄새가 나서

돌아보게 된다.

인간의 마음으로

끝내 완성할 수 없는 영원이란 말을

나는 발음해보고 싶었는지 모른다.

 

2014년 여름

이현호

 

 

 

 

 

 

문장을 끊임없이 되뇌면서 책장을 한 장씩 넘겼고, 결국에는 엉엉 울면서 시집을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. 

내가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했던 시, 그리고 구절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. 

 

 

 

 

 

 

*1

16P. 매음녀를 기억하는 밤 - 부동은 또다른 흔들림을 위한 단잠에 불과할 뿐 中

'말하자면 공중에 피어난 상처들에게 별자리의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다 땅과 하늘을 오가는 바람의 따듯한 혈맥

너는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다'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*2

18-19P. 모든 익사체는 떠오르려고 한다 - 에밀 시오랑에게

'단 한 번도 인생이 나의 소유권인 적 없었다는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환희였네 이렇게'

 

'듣고 있는가, 불면의 언덕에 서서 날 거두지 못한 강물을 내려다보면 한 존재가 한 존재의 고통을 켜는 아름다운 꿈이 윤슬처럼 빛나며 들려오네 우리는 이미 삶은 몰라도 죽음은 누구보다 더 잘 연주하는 악기였네만'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*3

36-37P. 왜 이렇게 젖어 있는가 中

'3) 우린 잊히기도 전에 까맣게 사라질 것이다 이 세상은 누군가의 꿈속일 뿐이니까

 4) 어떤 시간들은 우릴 안아주다 가고 어떤 시간들은 우릴 후려치다 가지만 모두 푸르게 출렁이는 시간 속의 시간이라고'

.

'6) 우리 짧은 날도 우주에 붙는 각주에 불과하고 우연은 뺑소니처럼 삶을 완성하지만

 7) 왜 그렇게 젖어 있는가, 너와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는'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*4

38-40P. 말들의 해변 中

'우리가 네 꿈으로 살며시 걸어들어가겠습니다 내내 아름다운 안녕 속에 머무시는 동안'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*5

46P. 궤적사진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*6

48-49P. 하나의 바늘 끝에서 얼마나 많은 천사들이 춤추는가

'그러나 한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았든지 간에 이 세상에 제 흔적을 남기지 않고 가는 사람은 없다 꿈의 해변을 함께 산책하며 너는 내 흔적이 된다 소녀여,'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*7

66-67P. 묵음 中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*8

76-77P. 잿빛 中

'평범한 수요일이었지

종종 평범하다는 게 부끄러워

때론 평범하다는 게 편안해

평범과 평범은 같아서 다른데 달라서 같은데

평범이 평범을 저주하고

평범은 평범해서 평범을 이해하지 못해

사라진걸까, 세계는'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윤경희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.

'이때 이현호의 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우울의 내적 파괴력이 아니라 그것을 되도록 무해하게 조율하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다.'

 

 

 

 

 

앞서 말했던 바와 같이 시는 정말 읽는 사람에 따라서 해석과 마음에 와 닿는 감정들이 달라져서 매력적이다. 

이 '라이터 좀 빌립시다'는 나에게 있어서 그리운 사람을 마음껏 그리워할 수 있었던 시집, 시 하나하나를 읽을 때마다 단어와 문장이 주는 쓸쓸함과 우울함에 모순적이게도 위로를 많이 받을 수 있었던 시집이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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